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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의장 임기종료 후 이사직 당분간 유지키로…'보복' 우려한듯
투자은행·재무관료 출신 보수적 성향에도 '反트럼프' 이미지 남겨
트럼프와 충돌한 '사상 초유'의 마지막 1년, 美중앙은행 '고난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을 부를 때 자기 멋대로 중간 이름(middle name)을 지어 붙인다.
한때 열성적 지지자였다가 등을 돌린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연방하원 의원을 '마조리 트레이터(traitor·배신자) 브라운(그린이 퇴색했다는 의미)'이라고 하는 식이다.
8년 의장 임기 종료를 앞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트럼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제롬 투 레이트(too late·너무 늦은) 파월'이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처음 쓴 표현인데, 자신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파월 의장이 '너무 늦게 반응한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출신으로 조지 H.W.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을 지낸 뒤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이사가 됐다.
보수적인 성향의 공화당원이던 파월 의장은 2018년 재닛 옐런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그를 임명한 이는 1기 집권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이어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재신임해 연준 의장을 4년 더 지내게 됐다. 임기 만료는 다음달 15일이다.
특히 임기 마지막 1년은 파월 의장 개인에게 시련과 저항의 시기였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으로서도 사상 초유의 장면이 쉬지 않고 연출되며 독립성이라는 존재 가치가 벼랑 끝에 몰린 시절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자신의 임명권자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마주하자마자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당시 미 기준금리는 4.25∼4.50%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준은 2020∼2021년 사실상 제로 금리(0.00∼0.25%)를 유지했다.
이때 대규모로 풀린 자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그는 천정부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5%대까지 급격히 올려 유동성을 조이는 매파 정책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대대적 감세 정책을 위해 국채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정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여기는 그는 현재까지도 금리가 1%대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추구하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외면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그(파월)와 잘 맞지 않는다"고 금리 동결 행진에 불만을 터뜨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5월부터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이"로 부르기 시작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그의 해임을 시사하는가 하면, 워싱턴 DC에 있는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 비용을 문제 삼아 '실력 행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공사 현장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연준 청사를 방문한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삼가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함께 안전모를 쓴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다. 공사 비용은 구실이고, 실제 의도는 금리 인하 압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이는 물가와 고용 사정을 감안한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것일 뿐, 대폭 인하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던 자신의 측근 스티븐 마이런을 전임자 사임으로 공석이 된 연준 이사로 임명했다.
같은 달 말에는 매파로 평가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사기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로 전격 해임을 통보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백악관 참모를 연준 이사로 기용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다른 기존 연준 이사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 해임을 결정했는데, 이 두 인사 결정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든 일로 평가됐다.
쿡 이사 해임의 경우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비판 속에 소송에 직면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사직 유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파월 의장은 '동병상련'인 쿡 이사 사건의 대법원 공개 변론을 방청했다. 그는 "이 사건은 아마도 연준 113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사건일 것"이라고 방청 배경을 설명했다.
사사건건 대립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관계는 미 법무부가 올해 들어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지출 의혹과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11일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고 공개했다.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 개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연준 의장이 영상으로 성명을 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일도 전례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파월 의장은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 수사는 어정쩡하게 중단됐다. 파월 의장의 후임인 케빈 워시 후보자의 연방상원 인준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는 연준의 '수난사'로 지워지지 않게 됐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의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법무부로부터 해당 수사의 종결을 통보받았다고 전하며 "최근 상황 전개를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절차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수사가 투명하고도 최종적으로, 완벽하게 종결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여전히) 이를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 의장은 임기를 마치면 이사직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게 관행임에도 파월 의장은 당분간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최장 2028년 1월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할 수 있다.
이는 청사 개보수 비용을 고리로 연준에 가해졌던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나의 우려는 연준에 가해지는 일련의 법적 공격"이라며 "이는 우리가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적 보복' 기조에 비춰볼 때 퇴임 후 얼마든지 수사가 재개될 수 있고, 그와 별개로 민사적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측면도 읽힌다.
앞서 그가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내가 그를 해고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분간 이사로서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조용히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언급,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고하겠다고 벼른 트럼프 대통령과 재충돌할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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