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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소통 줄이고 의장 주도권 강화' 공통점
독립성에도 주목…"그린스펀처럼 독자 행보할 듯"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새 의장에 취임한 케빈 워시는 39년 전 같은 자리에 올랐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에 대해 "의장의 역할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보여준 첫 번째 인물"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워시 의장이 취임 후 한달 간 보여준 행보는 여러 면에서 지난 198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20년 가까이 미국의 중앙은행을 이끈 '거장' 그린스펀을 떠올리게 한다.
그린스펀은 네 명의 대통령 아래에서 연준 의장으로 일하며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계 거물로 자리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전부터 연준의 '무거운 입'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난해하고 모호한 '연준 화법'으로 유명한 그린스펀의 스타일을 많이 원용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워시와 그린스펀의 정책 스타일과 연준 장악 구도를 비교 분석했다.
◇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
두 사람 모두 전통적인 경제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 전반의 거시적 데이터(특히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변화)를 적극 포착해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
그린스펀은 1990년대 기술 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없이도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판단해 경제 지표가 경고등을 울릴 때도 금리 인상을 늦추는 유연한 데이터 해석을 보여줬다.
워시 의장도 지금의 인공지능(AI) 확산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그린스펀식 논리를 차용하고 있다.
다만 워시는 직관적 판단에만 의존하기보다 연준 내부에 생산성 및 일자리, 데이터 수집 등 5개의 전담 태스크포스를 신설해 더 구조적이고 정교하게 데이터를 분석·검증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 연구 부서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윌콕스는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 성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될 기준을 직접 설계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소통 축소
소통에 있어서 그린스펀은 199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앞선 기간에 그린스펀은 예언자처럼 신비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됐다.
스스로 매우 두서없이 중얼거리는 법을 배웠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1994년 이후 의회에서 연준의 책임성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린스펀의 말도 길어졌다. 금리 방향에 대해 더 빈번하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워시 의장의 지금까지 행보는 말이 없던 그린스펀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전망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줄여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워시는 우선 연준이 차기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하는 선제 가이던스를 없앴다. 향후 금리 전망을 가늠하는 위원들의 점도표에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워시 의장이 말을 아끼면서 시장은 이미 긴장하기 시작했다.
동료 위원들의 금리 전망과 워시 의장의 단호한 물가 안정 의지를 결합해 올여름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 연준 내부 의견 조율
이론적으로 연준 의장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중 한 명일 뿐이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우 연준을 '독재자'처럼 이끌었다고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엘렌 미드는 말했다.
그린스펀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대체로 그것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동료들에게 의견 청취의 형식적인 절차는 제공했다. 회의 직전에 의장이 선호하는 의견과 이보다 비둘파적 의견, 매파적 의견을 함께 제시하고 논의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워시 의장은 '건전하게 위원 간 토론'을 하는 게 좋다는 이유로 위원들에게 하나의 정책옵션만 제시했다.
의장의 주도권을 강화하면서도, 위원회의 공식 합의나 시스템을 독단적으로 무시하지는 않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 의장의 독립성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자신을 그 자리에 앉힌 정치인들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초기에는 공화당 내부 인물인 그린스펀이 독립적인 결정을 할지에 의구심을 가졌으나 1992년 대선을 앞두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에게 맞서면서 이런 의심은 사라졌다.
워시 의장도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었고, 민주당 의원들이 그의 독립적인 정책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연준 역사상 가장 근소한 표 차로 인준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런 의구심이 기우로 보인다. 시장은 워시 의장의 첫 회의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전 세 명의 연준 의장에게 자문을 제공했던 존 파우스트는 워시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이전 어느 의장 때보다 금리정책에 더 매파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 후 "만약 당신이 꼭두각시 같은 인물에 대한 우려를 품었다면, 이제는 그 우려가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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